중년의 위기에 빠진 노바디들에게 바치는 영화
다 때려 부수고 싶은 날 열차에서 “내가 누군지 알아?”라며 승무원을 괴롭혔던 50대 남성이 벌금 100만원을 내게 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기사는 “실제 A씨는 지역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도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왕 늘어난 치욕을 말끔히 박제까지 해줬다.
사실 이름만 대면 상대방이 고개를 숙이고 편법 활주로가 크게 열릴수록 ‘썸바디(somebody,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인간이 사회의 규칙 앞에 노바디(nobody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
영화 ‘노바디’는 중년의 위기에 처한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하치(밥 오덴커크)는 공구가에서 회계로 일한다.
일은 지루해서 만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내는 베개로 벽을 쌓고 잔다.
벌의 지친 표정에서 우리는 중년의 고민을 읽는다.
젊은이라면 작은 회사에서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하면서도 좋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하지만 벌의 연령대에는 건강도 수입도 나빠지는 일만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하치네 집에 강도가 들어온다.
강도에 저항하려는 아들을 벌이 말리다.
결국 강도는 물러나지만 아들은 ‘쫄이’ 아버지에게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평범하게 안타까워 이곳이 바닥인가 싶었던 벌의 삶은 지하까지 굴러 떨어질 위기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벌은 복수를 결심하고 강도를 찾아 나선다.
그러다가 러시아 갱단의 일원을 언급하면서 일이 일파만파로 번진다.
그런데 일이 커질수록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돈다.
“넌 뭐냐?”는 암흑가 사람들에게 하치는 대답한다.
‘나? 노바디’ 여기서 제목의 두 번째 의미가 드러난다.
사실 그는 미국의 최정예 비밀 요원이에요. 살인무기. 그의 행적을 소식 없이 처리하기 위해 국가기관이 붙인 코드명이 노바디다.
손을 씻고 평범하게 살면서 말라간 그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며 다시 뜨겁게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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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테이큰>이나 <존윅>과 같은 화려한 액션이 펼쳐질 차례인가? 노바디의 액션은 그보다 훨씬 리얼하다.
벌은 지극히 인간적이며 고비를 잘 맞는다.
그 아슬아슬한 액션이 전반전 리얼리즘 색채와 잘 어우러져 더욱 몰입된다.
그런 가운데 죽어가는 악당들에게 수다를 늘어놓는 갱년기 남성다운 모습은 슬픔을 자아낸다.
<노바디>는 어쩌면 <존 윅>이나 <테이큰>의 계보를 잇는다기보다 중년의 <해리포터>라고 소개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야?”라는 질문에 자괴감 대신 은밀한 미소를 지으며 “노바디”라고 답하는 하치의 모습이 통쾌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 모두 노바디, 하지만 마음만은 섬바디니까. 남녀를 떠나 벌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있으니까.
중년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은퇴 후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은둔한 채 5년을 보낸 ‘제임스 본드’에게 비밀 임무가 주어진다.
제임스 본드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치명적인 무기를 손에 넣고 전 인류를 위협하는 악당 사핀과 007로 최후의 결전을 치른다.
5편의 007 시리즈에 참여해 제임스 본드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을 맡은 마지막 작품으로 중년 남성의 투박하고 강렬한 액션 연기를 볼 수 있다.
<수영장에 간 남자들> 2년차 니트, 예민함이 폭발하는 남자, 파산 직전의 사장, 히트곡 없는 사물함 등 인생의 반환점을 돈 남자들이 수영장에 모였다.
가정, 직장, 미래 등 여러 걱정을 짊어진 중년 남성들은 수중발레를 통해 인생 마지막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도전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삶의 기쁨을 찾는 여덟 중년 남성의 모습이 활력을 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빛나는 삶을 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
<위크엔드 인 파리> 황혼의 로맨스를 만나볼 수 있다.
결혼생활 30년차 부부 닉과 메그는 잃어버린 로맨스를 되찾고자 신혼여행 장소였던 파리를 다시 찾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30년 전과 달리 허술해진 숙소, 우연히 걸려온 아들의 전화 한 통 등 사소한 이유로 다투며 갈등을 겪는다.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닉과 맥구가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서로를 여전히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 과정이 힐링을 선사한다.
<언터처블: 1%의 우정> 하루 24시간 내내 돌봐줄 손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 불구 상위 1% 백만장자 필립같이 보기
문 이숙명 사진 각 영화 스틸컷